산소 둘레석 및 비석 설치기

 며칠전 고향에 갔다 왔습니다. 이유는 아버지, 어머니가 같이 묻히신 산소에 맷돼지가 자꾸 출몰하여 무덤을 파헤칠수 있다는 제보때문이였습니다. 맷돼지는 먹을것이 없으면 땅을 파서 지렁이를 먹는다고 합니다. 맷돼지 덩치가 엄청 큰데 지렁이 몇마리 먹어서 얼마나 배가 채워질까란 의문이 듭니다. 산소에 올라가보니 여러군데에서 맷돼지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산소는 배산임수라고 해서 바람도 막아주고 햇볕도 적당히 게다가 아래 물이 흘러 맷돼지가 놀고 먹고 하기엔 최적의 장소입니다. 어쨌든 맷돼지는 산소를 좋아하는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맷돼지를 산소에 접근 금지 시킬려면 어떻게 해야될까요? 여러 방법을 생각해보았습니다만, 다년간 경험으로 볼때 몇가지 특이한 점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1. 요즘 맷돼지들은 덫을 놔도 소용없다. 다 피해간다.
저희집에서 설치한 덫은 아니지만 그 지역 주민들이 맷돼지를 생포할려고 덫을 많이 설치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하나도 걸리지 않고 요리조리 잘 피하나 봅니다. 내가 덫을 설치하면 다 안잡힐게 뻔합니다. 이건 덫이 아닌 포수가 총으로 잡아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시청에다가 물어볼까 생각중입니다.

2. 벌초가 안된곳은 진입하지 않는다.
작년 9월 벌초했을때만해도 잡초가 많아서 맷돼지가 접근을 못했었는데 벌초를 하고 난 뒤 우리 무덤에서 놀기 시작한것입니다. 맷돼지때문이라도 벌초를 하지 말까 란 생각도 들었지만 우리 부모님 뿐만아니라 할어버지, 할머니도 같이 있으므로 그 생각은 접어둡니다.

3. 잔디가 깔린곳은 파헤치지 않았다.
이번 산소탐사로 유추해보면 잔디가 깔려있는 부분은 땅을 파지 않고 잔디가 없는 부분에만 땅을 팠다는것입니다. 전지적 돼지 시점에서 생각해보면 땅이 질퍽질퍽해야 지렁이가 많고 진흙으로 목욕도 해야되니까 상대적으로 파기쉬운 잔디가 없는곳을 택하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그러므로 1차 차단은 힘들니까 전체적으로 잔디를 깔아두면 파헤치는 면적이 줄어 들거라고 생각이 듭니다.

4. 둘레석을 설치한 산소엔 무덤위로 올라가지 않는다.
할아버지, 할머니 산소인 둘레석이 설치되어 있고 돼지가 둘레석이 세워져 있는곳은 땅을 파지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벽이라고 인식하고 피하는것 같았습니다. 맷돼지로부터 산소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둘레석 설치가 필수라고 생각되어 집니다.

결론은 3,4번 실시입니다.

비석과 둘레석 공사시작

울집 단골 석제집에다가 연락을 해서 둘레석과 비석 얼마냐고 물어보니 조금 가격이 나갔습니다. 하지만 맷돼지와의 결투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이런것쯤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알겠다하고 공사를 시작했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는 이전에 공사를 완료한 상태였고 부모님의 산소 이제서야 합니다. 돌들이 엄청 무겁기 때문에 포크레인이 필요합니다.

포크레인이 산을 오를수 있나 의심이 되었었는데 올라올수 있더라고요. 경사가 꽤 있었는데 문제가 전혀 없었습니다. 대박!!!

포크레인으로 잔디, 비석, 돌들을 하나하나 옮기고 공사를 시작했습니다. 먼저 땅을 다지고, 산소 윗부분에 있는 흙과 잔디를 다진땅에 잘 펴줍니다.

 

그리고 수평을 맞춰서 둘레석들을 조립합니다.

그다음 옆에 있는 흙을 파서 넣어줍니다. 어느정도 흙이 다차게되면 새로운 잔디를 산소에 심어줍니다.

 

그다음에 마무리로 비석을 세워두었습니다. 이 작업이 약 3시간 정도 걸렸습니다.

 

그리고 맷돼지들이 땅판곳도 포크레인으로 다시 다져주었습니다. 엔지니어분들이 꼼꼼하게 해주셔서 고마웠습니다.

 

이제 올해 5월이면 잡초들이 자라는데 잔디보호용 약을 치러 고향이 한번 방문해야겠습니다^^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