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8. 2. 21:38ㆍ라이프
저는 고3까지 시골에서 학교를 다니다가 20살이 되어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이유는 단순했어요. 왠지 시골에서 내 인생을 끝내고 싶지 않았거든요.
중학교 땐 공부를 잘 못했지만, 상업계 고등학교에 진학한 뒤로는 내신이 괜찮았어요. 그래서 서울에 있는 전문대에 수시로 합격했고, 자연스럽게 상경할 명분이 생겼죠.
문제는 ‘서울 어디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였어요. 집에서는 서울 집값이 너무 비싸다며 걱정을 많이 하셨어요. 포기할까 하던 중, 서울에 사는 친구가 설날에 집에 놀러왔고, 고시원이라는 존재를 알려줬습니다. 보증금도 없고, 한 달에 20~28만 원이면 밥이랑 잠자리를 해결할 수 있다고요.
인터넷으로 영등포시장역 근처 고시원을 찾았고, 그중 창문 있는 28만원짜리 방을 계약했습니다. 방은 1.5평 정도로 아주 작았고, 화장실과 샤워실은 공동이라 빨리 씻고 나와야 했어요. 고시원 밥은 쌀밥과 김치뿐이었지만, 거기에 참기름 한 숟갈 넣어 비벼먹으면 그럭저럭 괜찮았어요. 고향에서 가져온 반찬이나 500원짜리 3분 카레, 짜장도 단골 메뉴였고요.
용돈은 한 달에 30만 원이었는데, 2003년 당시엔 꽤 큰돈이라 부족하진 않았어요.
제 방에는 친구들도 자주 왔어요. 지하철이 끊긴 친구들, 방학 때 서울에 놀러온 고향 친구들, 심지어 여자친구도 일주일 정도 같이 지낸 적도 있었죠.
고시원 주인 아저씨는 외부인이 묵고 있다는 상황을 다 알고도 아무 말씀 안 하셨던 걸 보면 정말 착하신 분이셨던 것 같아요.
돈은 없었지만, 낭만은 있었습니다. 지금도 그 시절을 떠올리면 웃음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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